“이 모델은 자기 자신의 학습 과정을 디버깅했습니다.”
OpenAI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이 한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마케팅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AI가 자기 코드를 고친다고? 그런 건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2월 5일 공개된 GPT-5.3-Codex의 System Card를 직접 읽어보니, 이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 OpenAI 스스로가 이 모델의 사이버보안 위험도를 “High”로 분류했다는 사실입니다.

2026년 2월 첫째 주, AI 코딩 도구 시장에 두 개의 폭탄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2월 2일 OpenAI가 Codex macOS 앱을, 2월 5일에는 GPT-5.3-Codex 모델을 발표했죠. 같은 주에 Anthropic은 Claude Opus 4.6을 출시했고, Apple은 Xcode 26.3에 에이전틱 코딩을 탑재했습니다. 그야말로 AI 코딩 전쟁의 서막입니다. 그중에서도 GPT-5.3-Codex가 유독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자기 자신을 만든 AI” — 셀프 디버깅의 실체
GPT-5.3-Codex에서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바로 자기 참조적 개발(self-referential development) 입니다. OpenAI에 따르면, Codex 팀은 GPT-5.3의 초기 버전을 활용해서 다음 작업들을 수행했습니다:
- 자체 학습 과정 디버깅: 모델이 자신의 트레이닝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진단
- 배포 관리: 자기 자신의 배포 과정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관리
- 테스트 결과 분석: 평가 결과를 스스로 해석하고 개선점 도출
쉽게 말해, GPT-5.3은 “자기가 자기를 만드는 데 참여한 최초의 AI 모델”입니다. NBC News는 이를 “OpenAI says new Codex coding model helped build itself”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고, The New Stack은 “GPT-5.3-Codex helped build itself”라고 확인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까지 AI 모델은 인간 엔지니어가 만들고 인간이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AI가 자신의 학습 과정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하지만,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벤치마크 성적표 — 숫자로 보는 GPT-5.3
마케팅 문구만 보면 “역대 최강”이라고 하는데, 실제 벤치마크는 어떨까요?
| 벤치마크 | GPT-5.3-Codex | GPT-5.2-Codex | 비고 |
|---|---|---|---|
| SWE-Bench Pro Public | 56.8% | 56.4% | +0.4%p |
| SWE-Bench Verified | 78.2% | — | 새 벤치마크 |
| Terminal-Bench | 1위 | — | 신규 |
| 실행 속도 | 25% 향상 | 기준 | 체감 차이 큼 |
솔직히 SWE-Bench Pro에서 56.8%는 전작 대비 0.4%p 향상이라 “혁명적”이라고 부르기엔 좀 민망합니다. 하지만 OpenAI가 강조하는 건 점수가 아니라 범용성입니다. 코딩만 하는 게 아니라 리서치, 문서 작성, Jira 티켓 관리까지 하나의 모델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죠.
참고로 같은 주에 발표된 Anthropic의 Claude Opus 4.6은 SWE-bench Verified에서 79.4%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SWE-bench Verified와 SWE-bench Pro Public은 서로 다른 벤치마크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수능 수학과 SAT Math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거죠.

Codex macOS 앱 — “AI 에이전트 관제탑”
GPT-5.3 모델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2월 2일에 먼저 출시된 Codex macOS 앱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단순 에디터 플러그인이 아닙니다.
핵심 기능을 정리하면:
Codex macOS App
├── 멀티 에이전트 병렬 실행
│ ├── 프로젝트별 독립 스레드
│ ├── 빌트인 worktree + 클라우드 환경
│ └── "몇 주 걸릴 작업을 며칠로"
├── Skills 시스템
│ ├── 인스트럭션 + 리소스 + 스크립트 번들
│ └── 팀 컨벤션에 맞춘 자동화
├── 자동 스케줄링
│ ├── 백그라운드 자동 실행
│ └── 결과를 큐에 쌓아놓고 나중에 리뷰
└── 커스텀 퍼소낼리티
├── Pragmatic (실용적)
└── Empathetic (공감형)
특히 멀티 에이전트 병렬 실행이 핵심입니다. Claude Code가 하나의 터미널에서 순차적으로 작업하는 것과 달리, Codex 앱은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다른 작업을 처리합니다. 프론트엔드 버그를 고치는 에이전트, API 엔드포인트를 만드는 에이전트, 테스트를 작성하는 에이전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거죠.
다만 현재 macOS만 지원한다는 점은 Windows/Linux 개발자들에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OpenAI가 스스로 경고한 사이버보안 위험
여기서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OpenAI가 GPT-5.3-Codex의 System Card에서 사이버보안 위험도를 “High”로 분류한 겁니다. OpenAI 역사상 처음입니다.
OpenAI의 Preparedness Framework에서 “High” 등급은 이런 의미입니다:
“기존의 사이버 공격 스케일링 병목을 제거하는 수준. 합리적으로 방어된 타깃에 대한 엔드투엔드 사이버 작전 자동화, 또는 실전 관련 취약점의 자동 발견 및 익스플로잇이 가능한 수준.”
Fortune지는 이를 “전례 없는 사이버보안 위험(unprecedented cybersecurity risks)”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OpenAI CEO 샘 알트만도 GPT-5.3-Codex가 “사이버보안 준비 프레임워크에서 ‘High’를 달성한 최초의 모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물론 OpenAI는 “확정적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장 포괄적인 사이버보안 안전 스택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 안전 학습(Safety Training): 악성 코드 생성 거부
- 자동 모니터링: 의심스러운 사용 패턴 실시간 감지
- 신뢰 기반 접근 제어: 고급 기능은 검증된 사용자만 사용 가능
- 위협 인텔리전스 연동: 실시간 위협 정보 반영
코드를 작성하는 AI가 동시에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AI가 될 수 있다는 건, 양날의 검 그 자체입니다.
GPT-5.3 vs Claude Opus 4.6 — 같은 날 터진 라이벌전
공교롭게도 Anthropic은 OpenAI가 GPT-5.3을 발표하기 불과 30분 전에 Claude Opus 4.6을 공개했습니다. VentureBeat는 이를 “AI 코딩 전쟁이 달아오르다(AI coding wars heat up)”라고 표현했죠.
두 모델의 접근 방식은 꽤 다릅니다:
| 관점 | GPT-5.3-Codex | Claude Opus 4.6 |
|---|---|---|
| 핵심 전략 | 속도 + 범용성 | 안정성 + 깊은 컨텍스트 |
| 멀티 에이전트 | Codex 앱으로 병렬 | Claude Code 단일 스레드 |
| 보안 분류 | High (자체 경고) | 공개 안 함 |
| 플랫폼 | macOS 앱 위주 | CLI + IDE 통합 |
| 자기 개발 | 학습에 직접 참여 | 해당 없음 |
Geeky Gadgets의 분석에 따르면, GPT-5.3-Codex는 코딩 속도에서 우위를 보이고, Claude Opus 4.6은 코드 신뢰성과 장기 메모리(long recall depth)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어떤 게 “더 좋은” 모델이냐는 결국 사용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치며
GPT-5.3-Codex는 기술적으로 인상적인 모델입니다. 자기 학습을 디버깅하고, 25% 빨라졌고, 코딩 너머의 범용 에이전트로 진화했습니다. Codex macOS 앱의 멀티 에이전트 병렬 실행도 생산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죠.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건 OpenAI 스스로가 사이버보안 위험을 “High”로 분류했다는 사실입니다. 만든 회사가 “이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AI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AI 코딩 도구는 이미 개발자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Microsoft 코드의 30%, Google 코드의 25% 이상을 AI가 작성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AI가 AI를 만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속도만 쫓다가 통제력을 잃는 건 아닌지 — 그 질문은 계속 던져야 합니다.
GPT-5.3-Codex를 써볼 생각이라면, 그 놀라운 코딩 능력만큼 OpenAI가 System Card에 적어둔 경고도 반드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