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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16마리가 C 컴파일러를 만들었다 — 10만 줄, 2주, 인간 개입 거의 없음

11 Feb 2026 » ai

“16개의 AI 에이전트가 협력해서 C 컴파일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믿지 않았습니다. 컴파일러는 컴퓨터 과학에서 가장 복잡한 소프트웨어 중 하나입니다. 렉싱, 파싱, 타입 체킹, 코드 생성, 최적화 — 각 단계가 수십 년간 축적된 이론과 엔지니어링의 결정체죠. 그런데 AI가? 그것도 16마리가 팀으로? 리눅스 커널까지 컴파일한다고?

그런데 이건 실화입니다. Anthropic 연구원 Nicholas Carlini가 Claude Opus 4.6을 사용해서 실제로 해냈고, Ars Technica, The Register, Anthropic 공식 블로그까지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2,000번의 Claude Code 세션, $20,000(약 2,900만 원)의 API 비용, 그리고 2주라는 시간. 결과물은 10만 줄의 Rust 코드로 작성된, 리눅스 6.9를 x86·ARM·RISC-V에서 빌드할 수 있는 완전한 C 컴파일러였습니다.

16개의 Claude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C 컴파일러를 만드는 모습

개발자로서 이 소식을 듣고 느낀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대단하다”와 “무섭다” 사이 어딘가. 오늘은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개발자에게 의미하는 바를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 — 16마리의 역할 분담

Nicholas Carlini의 접근법은 단순하지만 기발했습니다. 하나의 AI에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대신, 16개의 독립된 Claude Opus 4.6 인스턴스를 병렬로 실행했습니다. 각 에이전트는 Git 브랜치 위에서 자율적으로 작업하고, 커밋하고, 테스트를 실행합니다.

핵심은 조율(orchestration)이었습니다. 16마리가 동시에 같은 파일을 수정하면 충돌이 발생하겠죠? Carlini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천재적인 트릭을 사용했습니다:

[에이전트 1] → 렉서(Lexer) 개선        → git commit → 테스트
[에이전트 2] → 파서(Parser) 버그 수정    → git commit → 테스트
[에이전트 3] → x86 코드 생성기 작업     → git commit → 테스트
...
[에이전트 16] → RISC-V 백엔드 최적화    → git commit → 테스트

첫 번째 트릭 — 시간 제한(Time-boxing). Claude는 시간 감각이 없습니다. 테스트가 실패하면 몇 시간이고 같은 접근법으로 반복 시도합니다. Carlini는 에이전트에게 시간 제한을 걸어서, 막히면 강제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트릭 — 빠른 모드(Fast Mode). 전체 테스트 스위트를 돌리면 너무 오래 걸립니다. Carlini는 테스트 케이스의 1~10%만 샘플링하는 빠른 모드를 만들었습니다. 에이전트는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최종 확인만 전체 테스트로 돌립니다.

세 번째 트릭 — GCC 오라클(Oracle). 이게 가장 영리합니다. 16마리가 전부 같은 리눅스 커널 빌드 버그에 매달려서 서로 덮어쓰기를 할 때, Carlini는 GCC를 “정답지”로 사용했습니다. 커널 파일 대부분을 GCC로 컴파일하고, 랜덤으로 선택된 일부 파일만 Claude의 컴파일러로 컴파일합니다. 이렇게 하면 각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버그를 잡게 됩니다.

결과물의 수준 — 장난감이 아니다

“AI가 만든 코드”라고 하면 대충 돌아가는 프로토타입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컴파일러의 수준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부숩니다.

  • 리눅스 커널 6.9 컴파일 성공 (x86, ARM, RISC-V)
  • Doom 컴파일 및 실행 성공
  • GCC와의 호환성 테스트 통과
  • 10만 줄의 Rust 코드 (C가 아닌 Rust로 작성된 것도 주목)

컴파일러 아키텍처와 멀티 에이전트 워크플로우

The Register에 따르면 총 API 비용은 약 $20,000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2,900만 원. 시니어 컴파일러 엔지니어를 2주간 고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그 엔지니어 혼자서는 2주에 10만 줄을 작성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GCC나 Clang 수준의 최적화는 아직 못 합니다. 에지 케이스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전체 C 표준을 100% 구현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핵심은 — 2주 만에 “쓸 수 있는 수준”의 컴파일러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20,000의 의미 — 비싼가, 싼가

이 프로젝트의 비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완전히 갈립니다.

“비싸다” 관점: 아직은 실험 수준이다. $20,000짜리 컴파일러를 실무에 쓸 일은 없다. 같은 돈이면 기존 오픈소스 도구를 쓰는 게 낫다.

“싸다” 관점: 컴파일러 수준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팀을 꾸리는 데 연간 수억 원이 든다. $20,000으로 프로토타입을 얻은 건 혁명적으로 저렴하다. 그리고 이 비용은 모델이 발전할수록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저는 후자에 더 기울고 있습니다. Carlini 본인도 “이렇게 일찍 가능할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2026년 초에 이 정도라면, 연말에는? 내년에는? 비용은 내려가고, 품질은 올라갑니다. 그 커브의 기울기가 무섭습니다.

개발자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것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이 뉴스를 보고 “개발자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과잉 반응이고, “별거 아니다”고 무시하는 건 현실 부정입니다.

바뀌는 것: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 반복적인 구현 작업, 기존 패턴의 적용 — 이런 일은 점점 더 AI가 빠르고 싸게 해줄 겁니다. “코드를 많이 치는 능력”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바뀌지 않는 것: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능력,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판단력, 에지 케이스를 예측하는 경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기술로 번역하는 통찰. 이건 Carlini가 이 프로젝트에서 정확히 한 일이기도 합니다 — AI가 코딩했지만, 어떻게 코딩하게 할지를 설계한 건 인간입니다.

Carlini의 “GCC 오라클” 트릭을 생각해 보세요. 16마리가 같은 버그에 매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CC를 정답지로 사용하는 아이디어 — 이건 컴파일러와 빌드 시스템, 그리고 병렬 처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발상입니다.

결국 “AI를 잘 다루는 개발자”가 핵심 역량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코드를 직접 치는 것보다, AI 에이전트 팀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거죠. 이 프로젝트가 그 미래의 프리뷰입니다.

마치며

Nicholas Carlini는 블로그 포스트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이 컴파일러를 만드는 것은 최근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2026년에 이게 가능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재미있다”와 “무섭다”가 공존하는 이 묘한 감정. 16마리의 Claude가 10만 줄의 코드를 쓰고, 리눅스 커널을 컴파일하는 컴파일러를 만든 세상에서 — 우리가 할 일은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이 도구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컴파일러를 만드는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건 “뭘 컴파일할지”를 결정하는 인간의 판단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