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tHub에서 하루 만에 400개의 스타가 찍힌 파일이 있다. 수천 줄의 코드도 아니고, 혁신적인 프레임워크도 아니다. 단 65줄짜리 마크다운 텍스트 파일 하나다.
이 파일의 이름은 CLAUDE.md. 프로젝트 루트에 이 파일 하나를 던져놓으면 Claude Code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소문이 개발자 커뮤니티를 뒤집어놓았다. GeekNews에서 실시간 1위를 찍고, 총 스타 수는 4,000개를 돌파했다.
“65줄 텍스트 하나로 뭐가 달라지겠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넣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글에서는 이 파일이 왜 바이럴을 탔는지, 4가지 핵심 원칙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그리고 카파시가 경고한 “슬로파칼립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카파시가 선언했다 — “바이브 코딩은 끝났다”
이 모든 건 Andrej Karpathy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작년에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전 세계 개발자를 열광시켰던 그가 2026년 2월,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Today, programming via LLM agents is increasingly becoming a default workflow for professionals, except with more oversight and scrutiny.”
바이브 코딩은 이제 과거형이라는 거다. 대신 그가 제시한 새 패러다임은 에이전틱 엔지니어링(Agentic Engineering). AI 에이전트의 생산성은 취하되, 소프트웨어 품질에 대한 타협은 없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카파시는 동시에 AI 코딩의 치명적 문제점도 짚었다:
- LLM은 잘못된 가정 위에 코드를 계속 쌓는다 — 확인하지 않는다
- 혼란을 숨기고, 명확하지 않아도 질문하지 않는다
- 트레이드오프를 제시하지 않고, 반박해야 할 때도 순종한다
try/catch를 남발하고, 추상화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만들고, 코드를 복붙한다
카파시의 결론은 소름끼쳤다. 2026년은 “슬로파칼립스(Slopacolypse)”의 해가 될 거라고. GitHub, 블로그, 논문 할 것 없이 “거의 맞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은” AI 생성 코드가 쏟아지는 재앙이 올 거라는 경고다.
바로 이 경고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 65줄짜리 CLAUDE.md 파일이다.
65줄 파일의 정체 — 왜 이걸로 난리가 난 건가
이 파일의 원류는 forrestchang/andrej-karpathy-skills라는 GitHub 레포지토리다. Karpathy가 지적한 LLM 코딩의 4가지 치명적 문제를 정확히 겨냥한 행동 교정 가이드라인을 65줄의 마크다운으로 압축했다.
CLAUDE.md는 Claude Code의 특별한 기능이다. 프로젝트 루트에 이 파일을 놓으면, Claude Code가 모든 세션 시작 시 자동으로 읽는다. 별도 설정 없이, 파일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 효과가 뭐냐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렇다:
Before: "로그인 기능 만들어줘" → 과도한 추상화, 불필요한 라이브러리, 요청 안 한 기능까지 덕지덕지
After: "로그인 기능 만들어줘" → 요청한 범위만 정확히. 불확실하면 질문. 기존 코드 존중.
핵심은 AI의 과잉 창의성을 억제하는 거다. LLM은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요청 이상의 일을 한다. 그게 문제다. 버그를 고치라고 했는데 주변 코드까지 리팩토링하고, 함수 하나 만들라고 했는데 디자인 패턴부터 적용하고.
65줄 텍스트는 이 본능에 정밀한 제동을 건다.
4가지 핵심 원칙 — 코드로 보는 실전 변화
원칙 1: Think Before Coding (코드 전에 생각하라)
# CLAUDE.md 원칙
-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가정을 명시적으로 나열하라
- 불확실한 부분이 있으면 코드가 아닌 질문으로 응답하라
- 요구사항의 모호함을 코드로 해결하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라
이 원칙이 없으면 Claude는 이렇게 행동한다:
// 사용자: "사용자 데이터 캐싱 추가해줘"
// Claude (원칙 없을 때): 바로 Redis 설정 + TTL + 캐시 무효화 + 분산 캐시까지 구현
// → 사용자가 원한 건 단순 인메모리 캐시였을 수도 있다
원칙을 적용하면:
Claude: "캐싱 전략에 대해 몇 가지 확인하겠습니다.
1. 인메모리 캐시 vs Redis 같은 외부 캐시 중 어떤 걸 원하시나요?
2. 캐시 만료 시간은 어느 정도를 생각하시나요?
3. 기존에 사용 중인 캐싱 라이브러리가 있나요?"
차이가 보이는가? 삽질 30분 vs 질문 30초.
원칙 2: Simplicity First (단순함이 우선이다)
- 요청하지 않은 기능을 추가하지 마라
- 과도한 추상화를 만들지 마라
- 가장 단순한 해결책부터 시작하라
이건 카파시의 비판과 직결된다. LLM에는 맛(taste)이 없다는 것. 헬퍼 함수 하나면 될 걸 팩토리 패턴 + 전략 패턴 + 의존성 주입으로 풀어버리는 그 과잉 엔지니어링 말이다.
# Before CLAUDE.md: 설정값 하나 읽는데 이 난리
class ConfigurationManager:
_instance = None
def __new__(cls):
if cls._instance is None:
cls._instance = super().__new__(cls)
return cls._instance
def get(self, key, default=None):
return self._config.get(key, default)
# After CLAUDE.md: 3줄이면 충분하다
import json
with open("config.json") as f:
config = json.load(f)
원칙 3: Surgical Changes (수술하듯 정밀하게)
- 요청된 부분만 변경하라
- 기존 코드 스타일과 구조를 존중하라
- 주변 코드를 건드리지 마라
이것이 현업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AI에게 버그 하나 고치라고 했는데 파일 3개가 리팩토링되어 있으면? 코드 리뷰 지옥이 시작된다. diff가 200줄인데 실제 변경은 3줄. 나머지 197줄은 AI가 “개선”한 코드.
65줄 파일을 적용하면 이 문제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Claude가 변경 범위를 의식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한다.
원칙 4: Goal-Driven Execution (목표 중심 실행)
- 추상적 지시보다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라
- 완료 조건을 명확히 하라
- 목표 달성과 무관한 작업을 하지 마라
“코드 좀 정리해줘”라는 모호한 요청에 AI가 프로젝트 전체를 뒤엎는 사태를 방지한다. 목표가 명확하면 Claude는 거기서 멈춘다.
“슬로파칼립스”는 이미 시작됐다
카파시의 경고가 과장이 아니라는 증거는 이미 곳곳에 있다.
Microsoft는 코드의 30%를 AI가 작성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Google도 비슷한 수치를 인정했다. Meta의 저커버그는 “가까운 미래에 코드 대부분을 AI 에이전트가 작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MIT Technology Review는 생성형 코딩(Generative Coding)을 2026년 10대 돌파 기술로 선정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AI 도구로 그럴듯한 앱, 게임, 웹사이트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그럴듯한”이라는 단어다. 돌아가긴 하는데, 유지보수가 가능한가? 보안은? 엣지 케이스는?
이게 바로 슬로파칼립스다. AI가 만든 코드가 GitHub를 채우고, 블로그를 채우고, npm 패키지를 채운다. 표면적으로는 작동하지만 내부는 “거의 맞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은” 코드 더미.
65줄 CLAUDE.md는 이 재앙에 대한 개인 수준의 방어선이다. AI에게 “생각하라, 단순하게 하라, 범위를 지켜라, 목표에 집중하라”고 매 세션 주입하는 것.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극히 실용적인 대응이다.

직접 써본 후기 — 한계도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65줄 파일을 넣고 마법이 일어나진 않는다.
실제로 개선된 점:
- Claude가 요청 범위를 넘어서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 “이 부분이 모호한데 확인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늘었다
- 불필요한 리팩토링이 현저히 감소했다
여전한 한계:
-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는 컨텍스트가 길어지면 원칙을 “잊는” 경우가 있다
- 65줄이 만능은 아니다. 프로젝트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야 진짜 효과가 난다
- 파일의 원저자도 “100% 확신하긴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파일의 진짜 가치는 특정 기법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다. “AI에게 어떻게 코드를 짜라고 시킬까”가 아니라 “AI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가르칠까”로 사고를 바꾸는 것.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다음 단계가 바로 행동 가이드라인 설계인 셈이다.
마치며
65줄짜리 텍스트 파일이 4,000스타를 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 카파시가 진단한 AI 코딩의 병폐 — 과잉 생성, 무분별한 확장, 품질 없는 양산 — 에 대해 개발자들이 이미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브 코딩 시대는 끝났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이 새 시대의 첫 번째 무기는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아니라, 프로젝트 루트에 놓인 작은 마크다운 파일 한 장이다.
당신의 프로젝트에도 CLAUDE.md를 넣어보라. 65줄이면 충분하다. AI 코딩의 품질이 달라지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