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졌다.
농담이 아니다. 2월 21일, Anthropic이 “Built with Opus 4.6” Claude Code 해커톤 결과를 발표했다. 500명이 1주일 동안 Opus 4.6으로 뭐든 만들어보는 대회였다. 그런데 우승자 5명 중 4명이 개발자가 아니었다.

개인상해 전문 변호사. 인터벤션 심장전문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도로·인프라 공무원. 그리고 딱 1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 다섯 명이 전 세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코딩 대회의 최종 승자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지금 난리다.
500명이 참가하고, 변호사가 1등을 했다
금을 거머쥔 건 Mike Brown이라는 사람이 만든 CrossBeam이었다. 캘리포니아 건설 허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도구다. 건축업자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축법규 준수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도면 검토를 자동화한다.
여기서 핵심은 “누가 만들었느냐”다
Mike Brown은 그 건설 허가 시스템 안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도 없고, 스프린트 플래닝도 없고, 개발팀도 없다. 문제를 매일 겪는 사람이 마침내 직접 고칠 도구를 가진 것이다. Claude Code가 그 도구였다.
LinkedIn에서 이 결과를 공유한 David Hyman의 글은 하루 만에 수십만 뷰를 기록했다. 그가 던진 문장이 가장 정확하다:
“세계에 2,900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다. 80억 인구 중 0.4%. 소프트웨어 역사 내내, 99.6%는 나머지 0.4%가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시대가 끝났다.”
우승작들을 뜯어보면 패턴이 보인다
5개 우승작을 하나씩 보자.
| 순위 | 프로젝트 | 만든 사람 | 직업 |
|---|---|---|---|
| 🥇 | CrossBeam (건설 허가 자동화) | Mike Brown | 도로·인프라 종사자 |
| 🥈 | 의료 영상 분석 도구 | 이름 비공개 | 인터벤션 심장전문의 |
| 🥉 | 사운드 디자인 워크스테이션 | 이름 비공개 | 일렉트로닉 뮤지션 |
| 4위 | 법률 문서 자동 생성기 | 이름 비공개 | 개인상해 변호사 |
| 5위 | AI 기반 코드 리뷰 에이전트 | 이름 비공개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패턴이 선명하다. 자기 도메인의 문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이겼다. 심장전문의가 의료 영상을 다루는 게 당연하고, 변호사가 법률 문서를 자동화하는 게 당연하다. 코드를 “잘 짜는 능력”은 더 이상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유일한 개발자는 5위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만든 프로젝트는 “AI 기반 코드 리뷰 에이전트”였다. 기술적으로 깔끔했을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눈에는 캘리포니아의 망가진 건설 허가 시스템을 고치는 도구가 더 가치 있었다. 기술적 우아함보다 실제 문제 해결이 이긴 순간이다.
GeekNews에서 터진 반응 — “개발자 존재 이유가 뭐냐”
이 소식은 GeekNews(news.hada.io)에서 29포인트를 찍으며 화제가 됐다. 댓글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당연한 결과다” 파:
"도메인 전문가가 직접 만든 도구가 제일 유용한 건 예전부터 그랬다.
단지 그동안 코딩이라는 병목이 막고 있었을 뿐."
“이게 말이 되냐” 파:
"해커톤인데 해커가 없다고?
코딩 능력이 아니라 아이디어만 평가한 거 아닌가?"
두 입장 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건 “코딩 대회”의 정의가 바뀐 사건이다. 예전의 해커톤은 “48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코드를 짤 수 있는가”를 겨뤘다. 지금의 해커톤은 “이 도구로 얼마나 의미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가”를 겨룬다.
이전에 다뤘던 Claude Code 해커톤 70가지 비밀에서도 이 조짐은 있었다
한 달 전 해커톤에서 우승한 ykdojo는 개발자였지만, 그가 공개한 70가지 팁의 핵심은 “코드를 직접 짜지 말라”였다. CLAUDE.md에 프로젝트 설계만 잘 잡아두면 나머지는 Claude가 알아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결과는 그 조짐의 극단적 결말이다. 코드를 잘 짜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능력이 최종 병기가 됐다. 변호사가 법률 문서의 고통을 누구보다 정확히 안다. 심장전문의가 의료 영상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Claude Code는 그 이해를 소프트웨어로 번역하는 브릿지일 뿐이다.
바이브 코딩의 “둘째 날” 문제는 여전하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전 바이브 코딩 가이드에서도 다뤘지만, AI가 1분 만에 뚝딱 만든 앱은 “첫째 날”에는 멋지다. 문제는 둘째 날 — 유지보수, 보안 패치, 스케일링, 예외 처리. 해커톤 우승과 프로덕션 운영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비개발자가 해커톤을 이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도구를 10만 명이 쓰는 서비스로 키울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아직은 개발자가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개발자는 뭘 해야 하나
이 결과를 보고 “개발자 끝났다”고 결론 내리는 건 성급하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내가 읽어낸 시그널은 이거다:
1. 코딩 속도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AI가 코드를 짜주는 세상에서, “빨리 짤 수 있다”는 건 “빨리 계산할 수 있다”만큼 무의미해진다. 계산기가 나왔을 때 암산 챔피언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암산 자체가 경쟁력이 되지는 못했다.
2. 도메인 지식 + AI 활용 능력 = 새로운 풀스택
“풀스택 개발자”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프론트엔드 + 백엔드가 아니라, 특정 도메인의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풀스택이다. 의료 + AI, 법률 + AI, 금융 + AI.
3. 개발자의 생존 공간은 “둘째 날” 이후에 있다
해커톤 우승작을 프로덕션으로 올리고, 보안을 잡고, 스케일링하고, 장애에 대응하는 건 여전히 깊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하다.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코드를 검증하고 유지하는 능력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0.4%의 특권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
소프트웨어 개발의 역사에서 이번 해커톤은 작은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상징성은 크다.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정말 끝나가고 있다.
80억 인구 중 0.4%가 독점하던 영역에 99.6%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변호사가 허가 시스템을 고치고, 의사가 영상 분석 도구를 만들고, 뮤지션이 사운드 워크스테이션을 직접 설계한다.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코드를 짜는 사람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가. Claude Code 해커톤은 답을 미리 보여줬다.
# 지금 바로 Claude Code CLI를 설치하고
# 당신이 가장 잘 아는 도메인의 문제를 하나 골라서
# "이거 해결해줘"라고 말해보라.
npm install -g @anthropic-ai/claude-code
claude
변호사도 했다. 당신이라고 못 할 건 없다.